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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호 아침단상] 만족할 줄 아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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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본사 논설위원 조수호 작성일19-10-3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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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본사 논설위원 조수호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시는 언제 읽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고구려를 정복하기 위해 수십만의 대군을 이끌고 침입한 수나라 총사령관 우중문.

  수군과 육군을 총동원한 수나라 군대는 단숨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 믿었지만 전황은 그렇지 않았다. 수천 리길 원정에 나선 수나라군을 지치도록 만드는 고구려군의 치고빠지는 전술에 수나라군은 평양성 공격을 앞두고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바로 이때 을지문덕 장군은 우중문에게 시를 한 수 지어 보낸다.

신통한 책략은 하늘에 닿았고/기묘한 지혜는 땅을 뒤덮었네/전쟁에 승리한 공이 이미 높았으니/이제 만족하고 그만둠이 어떨까


  이 시의 영향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우중문은 평양성 공격을 포기하고 말머리를 돌린다. 방심한 채 돌아가던 수나라 군사는 지금의 청천강인 살수를 건너다 을지문덕 장군에 의해 전멸당한다. 그 유명한 살수대첩이다.

  적장의 마음을 흔든 을지문덕의 시는 고도의 심리전에 가깝다.

  고향을 떠나 수천 리 원정길에 나섰지만 식량은 떨어지고 군사는 지친 상황에서 적장으로부터 받은 한 통의 편지.

  '전공이 높으니 조용히 돌아가면 어떨까'라고 권유하는 을지문덕의 시에 우중문은 편안히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랬다면 그것은 큰 오판.

  내 나라를 침략 한 적을 그대로 돌려보낼 장수가 어디 있겠는가. 살수에 매복하고 있던 고구려군은 지칠 대로 지친 수나라군을 무차별 공격, 거의 전멸시켰다.

  우중문은 귀국 후 수 양제에 의해 옥에 갇혔다가 병이 생겨 석방됐으나 죽고 말았다.

  이 시 가운데 마지막 구절 '만족하고 그만 둠은 어떨까'라는 구절은 우리 인생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자기 분수를 알고 현 위치에 만족할 줄 안다면 살아가면서 큰 화를 당할 일은 없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자기 분수를 모르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지금까지 이뤄 놓은 것도 모두 무너지기 일쑤다.

  자신이 대단한 줄 알고 끝도 없이 벼슬을 탐내다 무너지는 인사들이 어디 한둘인가.

  모두 자기 분수를 모른 대가다.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고 스스로 물러설 줄 알았다면 쌓아온 명예라도 지킬건데 그렇지 못해 모든 것을 잃은 뒤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겸손해서 손해 볼일 없는데 자기 혼자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채 머리를 뻣뻣하게 세우고 설치는 사람치고 잘되는 경우는 드물다.

  옛날 선비들은 임금이 벼슬을 내려도 이런저런 일신상의 이유를 핑계대며 사양하고 물러난 경우가 많다. 그런 선비는 자기 몸을 지킬 뿐만 아니라 가족을 지키고 집안을 무탈하게 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벼슬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높은 벼슬을 제의받고 사양했다는 소식은 들어보기 힘들다. 청문회에서 온갖 수난을 당해도 꿋꿋하게 버티기 일쑤다. 그러다 장관을 몇 년 한 뒤 재임 당시 있었던 일로 인해 벼슬했던 기간보다 더 긴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본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인데도 불구 벼슬 앞에는 명석한 두뇌가 흐려지는 모양이다.

  모두 벼슬길의 탄탄대로만 생각하지 자칫 나중에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가슴치며 후회할 일이 생기리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그건 남의 이야기지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하는 게 인지상정 일 것이다.

  자족하며 사는 것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단풍이 물드는 이 가을 우리 모두 자신의 삶에 대한 과다한 욕심보다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지혜로움을 돌아봤으면 한다.
대구본사 논설위원 조수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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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